"너무 아깝다"…부동산 중개수수료 비싸게 느껴지는 이유 [더 머니이스트-심형석의 부동산정석]

입력 2021-02-22 07:00   수정 2021-04-07 10:34

국민권익위원회가 마련한 중개보수(수수료) 개선방안에 대한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집만 구경해도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9억 원 미만 주택의 중개수수료가 0.1%포인트 올라 주택수요자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인식입니다.

중개보수의 문제가 본격화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현 정부에서는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최근 주택가격이 급격히 올라 주택가격에 정률제로 적용되는 중개보수 또한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의 논란이 단순히 중개보수만의 문제일까요.

부동산 투자자들 중에 중개보수에 민감한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중개보수를 아끼기보다는 좋은 매물을 확보하기 위해 개업공인중개사들에게 더 많은 중개보수를 지급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내 집 마련에 나서는 분들 또한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마음에 꼭 드는 좋은 집을 알맞은 가격에 마련하게 되면 현재의 중개보수가 과연 아까울까요.
비싸게만 보이는 중개보수, 서비스 제대로 제공해도 아까울까
'가성비'라는 말이 있습니다. 가격 대비 성능을 줄인 말로 소비자가 지급한 가격에 비해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이 얼마만큼의 만족(효용)을 주는지를 나타냅니다. 가성비를 주택시장에 적용하면 중개보수가 어떤 수준일까요. 주택수요자들은 현재 지급하는 중개보수 수준이 가성비를 따져보면 개업공인중개사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숫자만 보면 국내 중개보수는 해외에 비하면 그리 높지 않습니다. 외국은 평균적으로 주택거래가격의 3~5%를 지급합니다. 용역서비스에 대한 비용이 기본적으로 높은 외국과의 단순비교는 문제가 있지만 외국이 높은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영역은 다양하면 질 또한 높습니다. 리스팅(listing)부터 클로징(closing)에 이르는 단계가 많고 복잡합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단순합니다. 매수자와 매도자 사이에서 집을 소개해주는데, 만족할 만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최근에는 매도자 우위 시장인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집을 제대로 보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몇백만원을 지불해야 합니다. 수요자들이 불만을 가지는 건 이 뿐만이 아닙니다. 지역 내에 어떤 중개업소를 찾아도 물건과 물건값, 중개보수 등이 같습니다. "어딜가든 똑같다"는 말을 중개업소들이 합니다. 중개업소 간에 담합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수수료가 아깝다고 생각되는 이유입니다.

주택거래시장을 언급할 때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익숙한 '경쟁'이나 '혁신'이라는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부동산은 고정되어 있는 상품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시장경쟁에서 빗겨나 있는 측면이 큽니다. 지역을 벗어난 어떠한 사업행위도 의미가 없어집니다. 움직일 수 없는 상품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모든 부동산 거래행위는 지역에서 이루어집니다. 지역에 한정된 상품으로 인해 생기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사업자들이 '담합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입니다.

경쟁이 제 살을 깍아 먹는다는 인식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지역 내 사업자 모임이 생깁니다. 근처에 있으니 이런 유인도 더 커지는 겁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통칭해 '사모임'이라고 표현합니다. 주택수요자들은 잘 모르지만 이 사모임의 입회비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적게는 몇천만 원에서 많게는 억이 넘어가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경쟁·혁신없는 부동산 중개업계…사모임 조직해 '가두리' 하기도
엄청난 수준의 입회비와 규칙은 불법에 가까운 행위도 감수할 수밖에 없게 만듭니다. 이런 사모임들이 주로 하는 일은 합의해서 중개보수를 높이고 회원들 위주로 지역 부동산거래가 이루어지도록 만드는 겁니다. 최고 중개보수요율이 오가고, 집값이 상승하는 시기임에도 박스권에서 움직이는 지역들은 대부분 사모임의 담합행위가 강하다는 의심을 받는 곳들입니다. 신고가로 실거래되면 신고를 계속 미루다 기한에 맞춰 신고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과태료를 내면서까지 기한을 어기는 일도 있다고 합니다. 가격이 오르면 일시적으로 거래가 제한될 수 있다는 생각에 신고가를 깜깜이 정보로 만들어버리는 겁니다.

이런 행위는 집주인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힙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몇천만 원에서 심지어 몇억 원을 손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모임에 속해있는 개업공인중개사들의 중개보수에 미치는 영향은 적습니다. 오히려 아파트 가격을 박스권에서 유지하면 거래도 잘되니 훨씬 이득이 됩니다. 개업공인중개사들은 아파트 가격을 낮추는 것이 거래에 도움이 되지만 이것이 이렇게 의도적이고 집단 적으로 이루어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런 행위를 통칭해 '가두리'라고 합니다. 집값이 잘 오르지 않는 곳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부동산 가두리의 영향도 큰 역할을 합니다. 개발호재가 많고 해당 지역 이외의 집값이 오르는 분위기라면 집주인들은 '가두리'를 의심하곤 합니다.

시스템을 연구하는 학자들에 의하면 어떤 시스템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개입지점을 잘 찾아야 한다고 합니다. 현재 정부에서 중개보수라는 시스템을 바꾸려면 단순히 요율을 조정하는 선에서 그쳐서는 안 됩니다. 시스템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는데 이건 가격과 함께 서비스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개업공인중개사가 공동중개를 거부한다든지, 시세에 개입하는 행위는 불법입니다. 이런 행위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개선될 가능성이 없다면 단순히 중개보수의 요율표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주택수요자들의 불만을 해결할 수 없을 겁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개선권고안을 검토해 국토교통부는 오는 7월까지 최종 개선안을 확정할 계획이랍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중개보수만이 아니라 중개 서비스 개선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중개 거래의 현장에서 주택수요자들의 불만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살펴보기를 바랍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SWCU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a href="mailto:thepen@hankyung.com">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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